드라마 학교2013 종영과 나의 고등학교 시절 Daybook





1. 
아껴보던 드라마 하나가 또 종영.

처음에는 무서워서 치고박는 장면만 나오면 빠르게 넘기기 하기 바빴지만, 나중엔 돌려보고 -
좋은 대사 있으면 곱씹고, 혼자 공감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던 드라마였다.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그런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고




2.
고등학교 내내 나는 15반 이었다. 
1학년 때는 어쩌다 15반 이었지만, 2,3학년 때는 미술반이 15반이었으므로
3년 내내 15반을 달고 살았다.

1학년 땐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교 1등하는 친구에게 수학 문제를 가르쳐 줘볼 정도로
수학에 관심도 많았고, 물리 빼곤 다른 과학과목도 열심히 했었다.
사실 나는 역사와 문학에 더 관심이 많은 문과타입의 학생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그냥 배우는 거 자체를 
즐기는 학생이었다고도 볼 수 있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였을까, 

나는 여름방학 쯤에 엄마한테 미술학원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흔쾌히 학원비를 내주셨고, 나는 그 길로 미술 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볼 땐,

 그 계기란 중학교 때 헀던 MBTI나 적성에 대한 상담, 
어렸을 때 국제미술대회에서 상받고 그랬던 것?
등등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중학교 땐 방송반을 하면서 PD를 꿈꿨으니까. 그런데 적성검사에서 미술을 해보라고 해서 계속 고민했었다.
중학교 종교선생님이 상담실에 계시면 점심시간 마다 찾아가서 괴롭히곤 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는 미술을 시작했다.




3.


심심해서 그려본 자화상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나지만, 나는 손이 꽤 느렸다.

입시미술에서 손이 느리다는 것의 의미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4시간 내에 주제를 받고 생각을 하고, 4절 혹은 3절(맞나)을 꽉 채워야 하는 그 시간은 나에게는 고역이었다.

가끔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서 
전국 미술 대회에서 한번 최우수상을 받은 경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4시간안에 완성도 있는 
삐까뻔쩍한 입시용 그림을 뽑아내는 건 힘들었다.

미대 가보고 싶다 하고 시작한 미술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끔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부터 공부를 곧잘 해오던 나는 2학년에 올라가서도 - 오히려 성적이 더 올랐다.
보통 미술반 친구들 하면 공부 못해서 대학가려고 가는 곳, 
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게 싫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하루종일 그렇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6시부터 10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다녀와서 인강을 듣고-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 때의 유일한 낙은 종교였다. 학교가 미션 스쿨이어서 
아침기도, 주간 기도 등 정해진 일정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그 순간만큼은 불안함과 힘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냥 그 생활을 견뎌 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달까.

그리고 2학년 15반 친구들. 그 때는 정말 모두가 똘똘 뭉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4.

고 3이 되자 동네 미술학원에선 우리를 홍대 앞으로 내몰았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했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사족이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가본 홍대는
나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주는 곳이었다.
지금은 조금 덜하긴 하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의 우울과, 고민과, 즐거움이 모두 녹아있는
그런 동네이기 때문, 


학교가 끝나자마자 홍대 앞에 있는 미술학원 7층이었나- 에 올라가 하루종일 그림을 그렸다.
저녁 10시만 되면 집에 돌아가는 고딩들로 가득차서 
홍대 앞은 정신이 없었고, 

집에 흘러가는 내 모습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그 시절은 나에게 악몽이었다.

특히 방학만되면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중간에 1시간씩 주어지던 밥시간은 가끔 30분이 되기도하면서
하루종일 서서 그림만 그렸다.

그 때 부터, 난 피곤하면 앞이 뿌옇게 잘 안보이곤 했다. 
그리고 욕도 많이 먹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성적에 맞춰 최상위권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같은 계열이지만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다른 입시 학원으로 옮기는 도중, 

나(를 포함해 한 50명의 학생을 한꺼번에)를 담당하시던 선생님-으로 부터 
"그림도 못 그리는게"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말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그 상처를 극복하고, 
내 선 안에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해주시던 선생님의 말씀 덕에
겨우 극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말만 생각하면 펜을 잡는게 무서울 때가 종종 있다.


재수할 때 내가 좋아하던 핸드폰 고리? 와 함께




5.

입시가 끝났다. 

1, 2월에 친구들이 놀 때도 나는 그림을 그렸었고 시험을 보러 다녔었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입시를 보러가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고 나왔어도 생각보다 안나온 수능 점수 때문에
불합격을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시험보러 가는 당일에 교통사고도 났었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잠시 해본다고 했던 선택이 
내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경험이 된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지금의 날 보면, 그게 나 자신을 고대로 보여주는, 
삶이라는 큰 bowl에 들어 있는 작은 예일 수도 있다.

입시할 때 내 필통 속, 스테들러 밭이다.

재수할 때는 후회많이 했었다. 왜 그림 그린다고 했을까, 공부나 할껄. 그래서 좋은 대학이나 갈껄. 
이라는 생각과 미대 다시한번 가볼까. 하는 그런 복합적인 생각들


그런데 지금은 후회보다는 어떻게 내 삶이 그렇게 흘러왔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가면 또 다른 결정을 할까? 


어쩌면 또 그림 그린다고 투정부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아예 다른 걸 하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6.

그래서 나는 미술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겠다고 훗날 마음을 먹었었다.
나는 손이 느리고, 크리에이티브한 곳이랑은 맞지 않는다고

신방과에 운이 좋게 진학을 했지만
광고 쪽으론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 곳은 창의력이 뛰어나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야.
예전에 한번 실패를 맛보았는데 또 도전할 순 없지

라는 생각에 대학교 들어와서 광고수업은 딱 1개 들었다.
그것도 소비자 심리학 요거. 



7.

PR을 배우고, 마케팅의 기초이론을 배우고
여러 캠페인을 기획해보고 광고회사에서 인턴도 운좋게 해보면서


예전의 경험들이 어쩌면 내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신기하다. 요즘은

삶이 차곡차곡 쌓여서 완성된다는 것의 의미를 더더욱 알 것만 같다





7.

학교2013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종호의 모습
그리고 끝까지 책임져줄 수 없지만,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보고픈 선생님의 마음,
친구가 세상 전부인 나리-  가 나오는 에피들을 보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이 온 세상이던 내 모습
그 안에서 좌절하고 불안에 떨던 내 모습이 보여서
힘들지만, 많이 공감했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라고 - 한다면


내가 그 때 왜 미술을 해서, 재수를 하게 되었고, 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고
그 선택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 또한 없지만,

그 시절, 좋은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내가 놓치거나 지나치게 되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또 모르겠지만서도



고 3때 그림그리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올라와서
로모로 찍은 사진